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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경제학] 위기의 증시

증권시장은 주기적으로 위기를 거치며 하락장을 겪게 된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의 닷컴버블 붕괴, 2008년도의 금융 위기가 있지만 이밖에도 크고 작은 위기에서 비교적 짧은 조정 장세(Correction)에서 몇 년씩 이어진 긴 베어마켓(Bear Market)도 있었다.     여기서 조정 장세는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지수가 10~20% 사이의 하락을 보일 때를 말하며 베어마켓은 20% 이상 하락 할 때를 뜻한다.     지난 30년간 증권업에 종사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주가는 단순히 고평가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하락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더욱이 고평가된 주식들이 고성장이 뒷받침해준다면 비싼 주식이 더 비싸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고평가된 주가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고성장에 제동이 걸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주가도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고성장에 제동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나 발생이 예측될 때가 투자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일 것이다.     흔히 2000년대의 닷컴 버블의 붕괴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작됐다고 얘기하지만 이미 그전에 많은 닷컴 기업들이 고성장에 대한 부작용이 내면에 곪아 있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현재 증시 상황은 닷컴 버블 때와 비교하는 분석 자료들도 많고 월가의 명망 높은 투자자인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n)은 증시가 수퍼 버블이라고 평가하며 폭락의 가능성을 예측했다.     닷컴 버블 때는 고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큰 기업이 작은 기업에 물건을 팔면서 물건대금을 작은 기업에 대출해 주는 눈속임으로 매출 성과를 창출해 내던 기업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지금은 그런 회계상의 장난을 치는 기업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현재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펜데믹 상황, 이로 인한 공급망 문제,  무섭게 치솟는 물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 등,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다행히 협상을 본다고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은 악재들이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우는 선전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에 들어가며 IT 업계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빨리 종결돼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안전을 도모하는 쪽으로 투자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문의: (213)221-4090 김세주 / KadenceAdvisors, LLC투자의 경제학 위기 증시 닷컴버블 붕괴 금융 위기 현재 증시

2022-03-16

[내가 겪는 경제 위기] 커스텀 주얼리 디자이너 최승혜씨

“지난 해에는 한 번에 몇 백불씩 내고 주얼리 8∼10개씩 사가는 고객들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그런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59스트릿이 만나는 컬럼버스 서클의 할러데이 마켓에서 커스텀 주얼리를 팔고 있는 디자이너 최승혜(미국명 레지나 최·29·사진)씨의 하소연이다. “정말 예쁘고 값이 아주 싸야만 겨우 한 두개 사가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가격을 깎아 달라는 주문이 많아 흥정을 하다보니 내가 말수도 무척 많아졌지요.” 최씨는 자신의 이름 ‘레지나 승혜 최’란 간판을 내건 부스에서 귀고리·목걸이·팔찌 등을 팔고 있다. 18K 금과 은을 재료로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최씨의 액세서리는 40달러에서 $495달러까지 다양하다. 12월에 일시적으로 장이 서는 이 할러데이 마켓 부스에는 바람막이가 없다. 최씨는 15와트짜리 자그마한 난로 하나로 겨울 추위와 싸워야 한다. 화장실은 길 건너편 타임워터센터 빌딩을 이용하는데 한 번 다녀오려면 15분이 걸린다. “가능하면 물을 안마시고 참습니다. 정말 급할 때는 옆 상인에게 부탁하지요. 서로 부스를 봐주면서 돕습니다.” 최씨가 피부로 느끼는 경제위기는 브로드웨이 세밑 바람보다 더 차갑다. 인파로 붐벼야 할 할러데이 시즌임에도 브로드웨이가 한산하다 보니 부스를 찾는 고객의 발길도 뜸할 수 밖에. 어쩌다 부스 앞에 다가선 고객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 도통 지갑을 열 생각을 안한다.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최씨는 회사에 취직해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최씨는 꿈틀거리는 영감을 살리기위해 뉴욕주립 FIT에서 용접과 은세공 등을 배우며 주얼리 디자인너로 변신했다. 그리고 소호의 영디자이너스 마켓에 액세서리를 전시하며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대해야지요. 뉴욕에 번듯한 스토어를 내고 자체 브랜드로 한국에도 진출하고 싶습니다.” 컬럼버스 서클의 할러데이 마켓은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2008-12-17

[내가 겪는 2008 금융 위기-6] 이영복 골든브리지 부동산 대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죠.” 롱아일랜드 나소 카운티 그레잇넥에 있는 골든브리지 부동산 이영복(사진) 대표는 “이번 금융위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런 일이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융자회사들이 너무나 쉽게 융자를 해주었어요. 당시엔 ‘너무도 방만하게 융자를 해주는 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올게 온 겁니다.” 이 대표는 올해들어 부동산 매매가 30%정도 떨어졌다고 했다. 수입도 20% 정도 줄어 긴축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쯤이면 부동산 경기가 풀릴 것”이라며 “오히려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시장에 나온 매물도 많고 가격도 내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퀸즈 지역은 평균 7%정도 떨어졌고 나소와 서폭도 10%정도 내렸어요. 지금이 집을 사기에는 가장 좋은 시점이지요. 집을 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삽니다.” 이 대표는 달라진 융자 수속 과정을 설명하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사태 후 융자받기가 까다로워져 예전에 20%만 해도 되던 다운페이가 요즘 30%까지 요구하는 등 신용 조사가 강화됐다”며 “이제는 융자 수속이 예전같지 않아 철저히 준비한 뒤에 신청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만 20년을 몸 담고 있는 이 대표는 1975년 이민 와 의류도매업을 했다. 부동산 업계에 뛰어든 뒤 지난 1997년 골든브리지를 설립했다. 현재 에이전트가 40여명. 부인 마리아 이씨도 이 대표를 도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재미부동산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골든브리지는 메트로폴리탄 전 지역의 매물을 취급하며 퀸즈와 나소 카운티가 전문 지역이다. 최근에는 상가 임대와 신축 상용 건물 임대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나소 카운티 로슬린에 살고 있으며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2008-10-15

[내가 겪는 2008 금융 위기-5] 씨티은행 코리아타운점 마리아 박씨

“은행을 찾는 고객들을 대할 때면 최근 금융위기의 여파를 피부로 실감있게 느끼게 되죠.” 맨해튼 한인타운 한 가운데에 있는 씨티은행 코리아타운 지점에서 비즈니스 뱅킹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마리아 박(41.한국명 박선향)씨. 박씨는 씨티은행에 몸 담은 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요즘처럼 바쁜 적이 없었다. 하루에 평균 25명 이상의 고객들을 만난다. 평소에 비하면 배가 넘는 숫자다.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불안하다는 뉴스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자 예금을 인출하려는 손님과 사업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받으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잦다. 다른 은행을 거래하던 손님들이 안전하다며 씨티은행을 찾기도 한다.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일반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걸 실감한다. 그러나 업무적인 면에서는 최근의 금융위기가 박씨에게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계좌를 열려는 손님들이 밀려들면서 최근 2주 동안 무척 바빠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습니다.” 반면 돈이 급하게 필요해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지만 높아진 대출 심사 기준으로 인해 고개를 숙인 채 돌아서는 고객들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씨티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은행들도 금융위기로 대출 심사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예전 같으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손님도 이제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12월은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많은 계절이다. 주위의 동료들도 이번 금융위기가 현재 자신들의 고용상태에 혹시나 여파를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내고 있다. 박씨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언제쯤 끝날 지 아무도 모르지만 하루빨리 경기가 좋아져 고객들이 어깨를 활짝 펴고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권택준 기자 tckwon@koreadaily.com

2008-10-10

[내가 겪는 2008 금융 위기-4] 저지시티 편의점 운영 윤여태씨

“27년 동안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신문과 잡지 판매도 부쩍 줄었어요.” 뉴저지 저지시티에서 27년째 편의점 ‘가든스테이트 뉴스’를 운영하는 윤여태씨. 그동안 1987년 부동산 붕괴, 2001년 9·11 테러 등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 금융 위기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윤씨는 “불황이 실제로 피부에 와 닿기는 처음있는 일”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25~4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불경기의 조짐이 느껴졌다”며 “개인적으로 지난해 5월부터 눈에 띄게 고객과 매출이 함께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저지시티 센트럴블러바드 일대 업소 250여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릿 종사자들이 많이 사는 인근 호보켄 역시 실직자 증가 등으로 인해 많이 침체된 상태라는 것. 윤씨는 “장사가 부진해 자금 회전도 안되고 기름값 상승으로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고정 비용은 상승했다”며 “소상인은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제품 원가, 운영비 등이 상승했지만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동종업체의 과당 경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전했다. 윤씨는 “월스트릿의 몰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친철한 서비스와 반가운 인삿말로 고객을 끌어당기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밝혔다. 정승훈 기자 star@koreadaily.com

2008-10-08

[내가 겪는 2008 금융 위기-3] 기부금 줄어든 비영리 단체

“뉴욕시로부터 지난해 7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는 아예 못 받을 것 같습니다.” 이민자 인권단체 청년학교의 문유성 사무국장은 내년 뉴욕시 이민자를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당장 단체 운영이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 전체 예산의 20%가 월스트릿에서 온다고 들었다”며 “내년에는 청년학교도 긴축재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월스트릿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가 이처럼 비영리 단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주정부의 사회복지 예산만 2억달러가 줄어들었다. 뉴욕시는 이민자를 위한 예산이 1100만달러에서 350만달러로 무려 58%나 삭감했다. 개인이나 기업에서 기금을 받아왔던 한인단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뉴저지유권자센터는 예년 대선 때와는 다르게 기부가 거의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김동석 소장은 “적게는 유권자등록을 위해 우표를 기증해주거나 10~20달러 체크를 보내주던 분들이 있어왔지만 올해의 경우 거의 없다”며 “유권자 운동을 벌이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우 여성을 돕는 무지개의 집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김순옥 사무국장은 “최근 3개월 동안 지난해 대비 60%나 기부가 줄었다”며 “예년에도 달별로 굴곡이 있었지만 올해는 계속해서 (기부가)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의집은 지난달 20일 일일밥집, 지난 4일 코리안퍼레이드에서 야외장터를 열었지만 기금마련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단체들은 현재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이러한 여파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문 국장은 이 때문에 “무리한 프로그램 확대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며 “이와 함께 종합적인 서비스프로그램 개발과 기업 등 새로운 재정소스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내년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면서 “인건비, 연료비 등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라고 한숨쉬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2008-10-06

[내가 겪는 2008 금융 위기-3] 뱅크아시아나 반찬래 팰팍지점장

“최근 미국 금융위기는 지난 98년 한국 외환위기 때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뱅크아시아나 박찬래(사진) 팰리세이즈파크 지점장은 1997년말에 시작된 한국 IMF를 한국 외환은행에서 겪었다. 박 지점장은 “IMF를 겪으면서 한국에서는 상업·주택·동화·평화 등 주요 은행을 포함 90개에 달하는 금융사들이 도산하거나 합병됐다”며 “요즘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달러대 원화 환율 급등 ^대출 이자율 상승 ^경기 침체 ^자금 고갈 등도 유사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 극복했다. 미국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정부가 내놓은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처방도 유사하다. 환율이 뛰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박 지점장은 “외환 위기 때는 달러가 부족했기 때문에 당연히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며 “최근에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데다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한국내 달러가 마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한국 정부가 해외투자와 부동산 구입 한도를 큰 폭으로 완화하면서 달러가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박 지점장은 분석했다. 외환위기 때와 같이 금융위기에도 경기침체라는 파장이 뒤따르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하고 이자율을 높이면서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박 지점장은 신생 은행인 뱅크아시아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위기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생긴지 1년밖에 안된 은행이다 보니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도 없는데다 경영도 안정돼 있고 대출을 제공할 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 지점장은 “미국계 은행들은 대출 이자를 16%까지 올리는 등 되도록 대출을 줄이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은 우량 고객을 좋은 조건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예금 보장 한도가 25만달러까지 높아지만 고객들은 안심하고 예금을 하기 때문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박 지점장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모두 위험하다는 예상이 나올 당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지금보다는 어려움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최은무 기자 emchoi@koreadaily.com

2008-10-03

[2008 금융 위기 집중해부-하] 월가 살리기 구원투수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 통과가 삐걱거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엔 긴장감이 한껏 높아졌다. 결국엔 통과될 테지만, 그때까지 견디기 어려운 은행이 많은 게 문제다. 맥없이 쓰러지는 은행들의 처리는 살아 있는 은행들과 정부가 함께 맡는 수밖에 없다. 그 최전선에 선 것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의회에 발이 묶인 동안 FDIC는 부실 은행 처리에 여념이 없다. 부실 처리 반장 베어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가운데 2위에 오른 실러 베어 FDIC 의장. 아마 내년에는 1위에 올라도 될 법하다. 잇따라 생겨나는 부실은행들이 그의 손에 운명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1933년 설립된 FDIC는 우리의 예금보험공사처럼 은행이 부실해졌을 때 고객 예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기관이다. 또 부실은행의 관리나 청산도 맡는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는 기관이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 바빠지는 곳이다. 최근 와코비아 은행이 씨티에 인수되는 과정에도 베어가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실해진 은행이 실제 파산하기 전에 매각이나 합병을 통해 살리자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오픈 뱅크 어시스턴스(OBA)’라는 절차를 활용해 FDIC에 지원 요청을 해오는 부실은행에 대해 예금자 보호나 인수처 물색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소방관 버냉키 “총알이 빗발치는 참호 속에서 무신론자가 되기는 힘든 법이다. 이런 금융위기 속에서 이념론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벤 버냉키 FBR 의장이 최근 지인들에게 내비친 심정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함께 밀어붙인 7000억달러짜리 구제금융안 때문에 ‘사회주의자’ ‘수정론자’라는 비난을 받던 중이었다.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인 그는 미국 대공황 연구의 권위자다. 1929년 금융위기를 방치한 대가는 대량실업과 장기불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시장 자율이라는 금과옥조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만의 하나 구제금융 법안이 좌절될 경우 버냉키는 ‘마지막 대부자’로서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권한, 즉 발권력을 동원해 자금난에 빠진 금융사들을 지원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인플레 억제라는 중요한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같아 버냉키로서는 반드시 피하고 싶은 길이다. 보안관 폴슨 골드먼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월가의 이름난 딜메이커였다. CEO 시절 중요한 투자건은 언제나 그의 손을 거쳤다. 하루하루를 전쟁 치르듯 살았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도 재무장관이 되고서는 철두철미한 시장주의자로만 행세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는 경제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장을 믿는다. 또 정부도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장에 충실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과거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는 9월 17일 오후 버냉키와 긴 통화를 했다. AIG에 85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극단으로 치달을 기세였다. 서로 고민하며 주춤주춤하다가는 결국 폴슨이 결론을 냈다. “오직 하나의 선택밖에 없었다. 그것은 압도적으로 명백했다.” 사냥꾼 팬디트 “급히 할 얘기가 있습니다. 만납시다.” 9월 25일 오전 뉴욕 씨티그룹 본사. 비크람 팬디트 회장에게 긴급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의 CEO 로버트 스틸이었다. 미 최대 저축은행이던 워싱턴뮤추얼(WM)이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가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인수협상 끝에 29일 결국 와코비아는 씨티그룹 품에 안겼다. 여기엔 물론 베어 FDIC 의장의 중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거래는 씨티그룹으로선 모험이다. 씨티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곤욕을 치렀다. 인수 직후 신용평가사들은 씨티에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하지만 팬디트 회장은 “위험은 있지만 큰돈을 벌 수 있는 딜”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 속에는 언젠가 혼돈과 불안이 가시고 미국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믿음이 숨어 있다. 그때가 오면 와코비아의 광대한 지점망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다. 조민근 기자

2008-10-01

[내가 겪는 2008 금융위기-2] 월스트릿 인근 네일살롱 운영 애니 조씨

“매주 어김없이 찾아오던 고객이 요즘 안나타나면 해고됐구나하고 생각하죠.” 금융위기의 진원지 맨해튼 월스트릿. 이곳에서 5블럭 떨어진 곳에서 소규모 네일살롱을 운영하는 애니 조(사진·44)씨는 월스트릿발 금융위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조씨는 “9·11 테러도 모자라 이제는 금융 위기 폭탄까지 로어 맨해튼을 강타했다”고 체념하듯 말한다. “9·11 테러 전에 은행 손님들이 많았어요. 대부분 홀세일(도매)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테러 이후 줄었지요. 이제 금융 위기까지 닥쳤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에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내놓았지만, 그런다고 우리같은 스몰 비즈니스가 살아나겠어요? 기대도 안합니다.” 조씨는 지난 96년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지금의 네일 살롱을 인수했다. 고객 관리를 철저히 해 2000년까지는 제법 잘됐다. 그러나 9·11 테러가 강타한 뒤 가게는 심한 타격을 입었다. 업소가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서 불과 3블럭 떨어져 있어 그야말로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테러 이후 2~3년을 고생하다가 그나마 조금 나아졌었지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침체되기 시작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까지 닥치니 정말 말이 안나옵니다. 솔직히 이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같은 스몰비즈니스는 건물주가 렌트를 올리면 두말없이 나가야죠. 옛날에는 점심시간이면 업소 밖으로 사람들 머리 밖에 안보일 정도로 거리가 인파로 넘쳤는데….” 고객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는 것도 실감한다. 2주에 한번씩 들르던 손님이 언제부터인지 한달에 한번, 매주 오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세트 서비스(손톱 10개를 다 붙이는 것)’가 줄어들고 기본인 ‘레귤러 서비스’만 받는 손님의 비율이 늘고 있다. 300스퀘어 남짓한 업소에는 조씨를 포함해 5명이 근무한다. 옛날 전성기때보다 근무 시간도 한시간을 줄였다. 손님이 줄어서다. “전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3시까지 손님이 밀어닥쳤죠. 그만큼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고무줄처럼 이용해 서비스를 받고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12시30분~2시면 점심 장사는 끝납니다. 분위기가 흉흉한데 직장 상사 눈치보며 점심시간에 한가하게 네일 서비스 받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조씨는 “소원이 있다면 다시 소비자들이 돈을 잘써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이라면서 “올 겨울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준용 기자 jyahn@koreadaily.com

2008-10-01

[2008 금융 위기 집중해부-중] 승자와 패자들···자고 나면 운명 갈린다

월가의 금융위기에는 고정 주역이 따로 없다. 시장이 누구 탓에 휘청거리느냐에 따라 그날그날의 배역이 달라진다. 어제는 베어스턴스, 오늘은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그리고 내일은…. 월가는 매일매일 이런 식으로 ‘내일은 누구 차례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선 누가 백기사이고, 누가 하이에나이고, 그리고 누가 바보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나름대로의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최선의 대안을 내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의도와 달라지기도 하지만. 덩치 불린 이들 ◇구원투수 다이먼=한번 물을 먹어본 그였다. 1998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눈앞에 두다 샌디 웨일 씨티 회장에게 버림받은 제임스 다이먼. 그가 이젠 JP모건체이스 회장으로서 월가의 소방수로 등장했다. 올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를 파산 위험에서 건져낸 것도, 자금난에 빠진 미국 최대 저축대부업체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한 것도 그였다. 이걸로 그는 미국 금융 당국에게서 점수를 단단히 땄다. ◇루이스의 BOA 제국=‘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 뉴욕타임스는 미국 3위의 IB 메릴린치를 삼킨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메릴린치의 인수로 BOA가 전통적인 상업은행 영역을 뛰어넘어 IB와 자산운용을 거느린 초강자로 군림하게 됐기 때문이다. ◇돈 냄새 맡은 그레이켄=“세계적으로 그 사람만큼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도 드물다.” 외환은행 매각 작업에 관여했던 한국의 한 금융사 간부가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올 7월 말 그레이켄은 쓰레기와 다름없다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메릴린치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을 67억달러에 사들였다. 액면가 307억달러짜리를 약 5분의 1 값으로 후려친 것이다. ◇리먼을 나눠 갖다=지난해 네덜란드 최대 은행 ABN암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로버트 다이아몬드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회장은 이번 M&A 시장에서도 찬밥이 될 뻔했다. 그는 리먼을 거의 인수할 뻔했지만 미국 정부의 보증 불가 방침으로 영국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러나 막판 역전 기회가 남아 있었다. 이미 파산신청을 한 리먼의 우량 자산만 싼값에 사들이는 방법이었다. 결국 다이아몬드는 리먼의 미국 법인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쪽박 찬 사람들 “카리스마형 경영인이 지닌 지나친 자만, 그것이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으로 몰았다.” 로이터통신은 리처드 펄드 리먼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물론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패자는 모든 오명과 누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이어 펄드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아쉬운 구석이 많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한 이후 씨티 등 유수의 금융그룹은 세계 각지를 돌며 투자를 ‘구걸’했다. 그러나 그 행렬에 리먼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6월 이후 이들이 본격적으로 자금 수혈에 나섰을 때도 158년 역사를 가졌다는 자부심에서 펄드는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리먼 인수 협상 과정에서 펄드를 수차례 만났던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으면 리먼이 저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취임 해 월가가 최장수 수장이었던 펄드는 이렇게 본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을 직장에서 내 몬 장본인으로 찍혀버렸다. 과욕과 욕심 때문에 파국을 맞은 월가의 거물들은 그외에도 많다. 메릴린치 역사상 최초로 흑인 출신 CEO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전 회장,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회장, 로버트 윌럼스타드 AIG 회장, 지미 케인 베어스턴스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모기지 관련 채권이 영원히 고수익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고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한 게 화근이 됐다. 반면 월가는 구제금융으로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과 같은 모기지 업체의 수장에겐 다소 동정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패니메이 등이 비록 민영화돼 있었다고는 하지만 반관반민 형태였다”며 “그들이 모기지 채권에 대한 보증을 거부했다면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8-09-30

[내가 겪는 2008 금융 위기-1] 신참 주식중개인 김영철씨

주가를 사상 최대 폭으로 끌어내린 2008 금융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실직 위기에 처한 월가의 2세, 고객의 발길이 끊긴 소매업주, 그리고 애써 모은 노후자금을 날린 사람들까지…. 한인사회도 최악의 ‘금융 쓰나미’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금융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한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 파장을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대학 졸업 후 어렵게 잡은 직장이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지워싱턴 대학을 졸업하고 맨해튼 증권회사 링스 캐피털(Lynx Capital)에서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는 김영철(23·사진)씨. 그는 최근의 금융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이제 바닥까지 갔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같은 금융계에 몸담고 있으니 그 파장을 어느 분야보다 민감하게 느끼지요. 그러나 시각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지금 상황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조금 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우려하는 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차피 한 번 겪어야 할 일입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죠.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 준비해야 할 일입니다.” 그는 대학 때 인턴 경험이 없어 금융계 진출에 애를 먹었다. 금융계에서 대학 시절의 인턴 경험은 취업 열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취업 전쟁에서 승리했다. 금융계 진출을 꿈꿔 왔던 그는 반드시 진출해야 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고 부족한 인턴 경험을 해박한 지식으로 보충했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금융 산업과 경제 전반에 대한 공부를 따로 했습니다. 경제신문을 매일같이 탐독했고 그때그때의 경제 움직임과 금융 시장 정보 등을 알기 위해 공부를 더 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에게 수차례 찾아가 자문도 얻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그가 처음 취업한 곳은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투자은행(IB)이었다. 그 곳에서 1년여 일하다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직한 이유를 “경험을 쌓을 수록 내가 바라던 방향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은행은 경력이 쌓일 수록 세일즈에 가까워진다는 걸 깨달았다”며 “내가 원했던 것은 주식중개 분야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현재 보수도 없다. 직업 특성상 중개료를 받기 때문에 봉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씨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대학원에 진학에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계에서 살아남는 비율은 10%입니다. 나머지는 낙오한다고 봐야 해요. 어려운 길을 뚫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끈기, 나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김씨는 파라과이에서 김태복·효정씨 사이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았다. 5세 때 퀸즈 화잇스톤으로 이민와 스타이브슨트 고교를 졸업했다. 김씨의 부모는 브루클린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2008-09-30

미국경제 어디까지 추락하나?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지금은 전략 투자 나설 때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정부와 의회의 구제금융 법안 잠정 합의로 한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지난달 29일 연방 하원에서 법안이 부결되며 미국을 비롯,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형 금융 회사들의 줄도산이나 인수·합병 사태가 확산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극심한 ‘몸 사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단해 보고 대처방안을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본다. ◇뱅크 아시아나 허홍식 행장=각종 경제지표들을 살펴봐도 현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8월 내구재 주문은 5.5%, 주택가격은 16.3%, 경기 선행지수는 0.5% 하락하는 등 7월에 비해 거의 모든 지표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부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생할 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얼마나 더 나빠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중에 자금경색이 있다보니 은행간에도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한인 은행들도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돈을 빌려쓰기도 예전에 비해 많이 어려워졌다. 은행마다 위험한 대출을 자제하고 내부적으로 경비절감 노력을 펼치는 등 현금 유동성 확보와 안정 위주의 영업 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LA 지역에 비해 뉴욕과 뉴저지 동부 지역의 한인 은행은 부실 자산이 거의 없다는 게 다행스런 점이다. 미 주류 은행들이 자금경색으로 대출을 잘 해주지 않자 지역 은행으로 고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인 은행들로서는 대출 부실위험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이번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한국상공회의소 마영남 회장=현재 미국내 한국 지상사들은 유동적 자금줄이 묶이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에게는 ‘초유의 비상사태’로 인식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거래은행들과 일정 한도안에서 언제든지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계약은 은행측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갖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실제로 은행들은 각 기업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자금 위기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시장에 현금 흐름이 막혀 버리면 거래서와의 수금과 지불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금 지원외에는 별다른 대응 방안을 생각할 수 없다.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투자전문회사 에드워드 존스 캘빈 공 재정설계사=주식 시장은 각종 수치가 말해주듯 투자자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을 비롯해 대형 회사들까지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회사가 파산할 가능성은 0.5%도 되지 않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채권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 시장이 크게 빠지며 손실을 입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내다 파는 심리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된다. 주식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올 대선이 끝나고 내년부터는 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주식이나 증권에 투자를 하는 한인들은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401(k)나 개인은퇴연금(IRA)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꾸준히 불입하는 게 좋다. ◇ 뉴욕한인경제인협회 정재건 회장=소비 심리 위축이 가장 큰 문제다. 뉴욕지역 소매 시장이 악화되면서 도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출은 떨어지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구제안이 통과돼 자금 흐름이 개선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집중돼 있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한 소매 시장에는 당분간 금융위기에 따른 파급 효과가 지속될 것이다. 한인업계에는 내년초부터 무비자 미국 입국과 한미FTA라는 호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력이 있다면 미래를 대비, 투자를 늘릴 시기로 볼 수 있다. ◇리얼티플러스 김대중 사장=모든 상황이 쉽게 속단할 수 있지 않다. 그러나 한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주거용 주택시장과 상업용 시장 모두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최근 내집 마련을 하려는 한인들의 구매력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번 금융위기로 50%나 줄었다. 모기지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실례로 10건의 거래 중 8건이 모기지를 받지 못해 지연되거나 깨지는 상황이다. 당분간은 개인들의 주택 구매가 줄어들 것이다. 건설업계도 공사계약을 따고도 대출을 받지 못해 공사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인 건설업체의 30%가 파산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기지업체와 부동산 중개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렵다고 움츠리고만 있다면 경기가 좋아졌을때 기회를 잡을 수 없다. 현재 5~6%대의 이자율은 아직까지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 집값 추가 하락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적기라 생각된다. 투자용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현재의 상황에 맞는 공격적인 투자가 미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뉴욕한인청과협회 박광철 회장=소매업 경기가 많이 위축됐다. 청과업의 경우 올초부터 시작된 유가·물가 상승으로 소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정도 올랐다. 현재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신용경색·소비위축으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10% 정도 줄었다. 안그래도 소비가 줄어 힘든 상황에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돈이 더 돌지 않으면서 네일업, 세탁업 할 것 없이 모든 소매업이 심각한 매출 감소를 보일 것이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업종들이 그렇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과일 한 상자를 사던 이들이 이제는 낱개로 과일을 사고 있다. 옷을 한 번 입고 세탁하던 이들이 이제는 두 세번을 더 입고 난 후에야 세탁소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 월가 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소매업까지 미치지는 않았다고 본다. 일단 경제를 살리려면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은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 일단 돈이 돌아야 경제 전반에 자금 수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8-09-30

[2008 금융 위기 집중해부-상] 누구 책임인가···IB의 탐욕에 거품 터졌다

버블이냐 아니냐의 경계선은 너무도 희미하다. 그래서 쉽게 선을 넘고 마는 모양이다. 나중에야 그 경계를 넘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 후유증은 무자비하게 다가온다. 집값과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회사들이 망하고, 직장이 사라지고, 모아뒀던 돈이 없어진다. 버블이란 누군가가 나쁜 의도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경제주체들이 제각각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행동하다 보면 어느 새 커지는 법이다. 경기를 띄우려 금리를 낮추고 돈 풀고, 넘치는 돈으로 마구 대출해 주고, 버는 것보다 많이 빌려 많이 쓰고, 그래도 집값·주식값은 계속 올라 호주머니가 두툼해진 것 같고…. 이렇게 흥청망청 가다가 뻥 터지는 게 버블이다. 경제주체들의 ‘범의(犯意) 없는 범죄’라고나 할까. 뒤늦게 날아든 청구서를 메워야 할 미국 국민에겐 고생길이 열렸다. 과연 누구의 책임이 무거울까. ◇앨런 그린스펀=‘마에스트로(거장)’로 칭송받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버블의 발단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987년부터 네 번이나 FRB 의장을 연임하면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그지만 지금은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처지다. 특히 그의 저금리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03년 6월 연방기금금리를 연 1%로 낮췄다. 게다가 이런 유례 없는 초저금리를 1년 동안이나 유지했다. 저축하면 바보가 되고, 대출받아 집이나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그 결과 시중엔 돈이 넘쳤고 이게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미국의 집값은 그린스펀의 초저금리 정책 이후 2006년 정점에 이를 때까지 가속도가 붙었다. 이를 근거로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그린스펀이 주택가격 거품을 방치한 것은 운전하다 졸았던 정도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은행 CEO=부실을 내고도 거액을 챙긴 투자은행(IB)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주요 용의선상에 올랐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회장을 지낸 잭 웰치는 이번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IB를 지목했다. 실적에 따라 연봉과 보너스를 받는 이들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다 회사를 거덜냈다. 파산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 CEO는 지난해 말 보너스를 현금으로 1375만 달러나 받았다. JP모건으로 넘어간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전 CEO가 받은 성과급 보너스도 4000만달러에 이른다. 직원들도 돈잔치를 했다. 지난해 월가의 5대 IB가 생존해 있을 때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는 사상 최고치인 250억달러였다. 그러면서도 위험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단기 실적에 급급해 멀리 보지 못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간 메릴린치의 전 CEO 스탠리 오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파생금융상품 투자의 위험을 경고한 임원들을 해고하기도 했다.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하려는 미국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도 이 때문에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이 같은 여론을 소개하며 부실 금융사들의 주주·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콕스=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감독 소홀로 걸렸다. 27일 뉴욕타임스와 월스릿저널에 따르면 SEC의 데이비드 코츠 감사관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어스턴스가 쓰러지기 직전 SEC가 실시한 감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SEC가 베어스턴스가 몰락하기까지 수많은 위험신호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억제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SEC가 베어스턴스의 감독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거래와 시장을 감독하는 SEC의 부서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 감독 대상 금융사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필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투자은행들의 자율규제엔 근본적 결함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SEC의 감독 부실에 대한 내부 비판은 이번 금융위기와 맞물려 SEC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톰, 샘, 스미스…=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쓰다 제때 갚지 못한 미국의 서민 채무자들은 버블 붕괴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저금리의 단맛에 빠져 과도한 대출을 받아 비싼 집을 장만한 게 죄라면 죄다. 금리가 올라 빚을 못 갚는 사람이 많아지면 부실 대출이 섞여 들어간 파생금융상품의 신용등급이 깎인다. 여기에 투자한 금융사들은 등급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다시 금융사들의 신용등급을 깎아내려 손실이 손실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빠져든다. 남윤호·김원배 기자

200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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